입시用 '인성 私교육' 狂風… 5단계 자격증까지 나와

뉴스일자: 2015년08월18일 15시36분

[긴급 점검―인성교육진흥법 폐해]

회장선거 캠프·스피치 학원 등 대입겨냥 한줄 스펙 장사 성행
교외활동은 생활부 기재 못하지만 학생·학부모는 학원 선전에 솔깃
비싼 돈 들여 '겉치레 인성' 급조

고등학교 3학년 민모(18)양은 최근 대학별 '학생부 종합전형' 입시요강을 살펴보다 낙담했다. 지난 1월 민양은 '대학 입시에서 인성(人性) 평가가 강화된다'는 학원의 권유에 55만원을 내고 한 대학이 주최한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하지만 '공교육 내에서 이뤄진 활동만 인정한다'는 입시요강에 무용지물이 됐다. 민양은 "친구들도 인성 평가에 대비한다고 대학 주최 각종 인성 프로그램에 경쟁적으로 참여한다"면서 "막상 대학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가해보니 인성 교육보단 학교 홍보만 하고 끝나 속은 느낌이었는데 입시 스펙으로도 못 쓴다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면서 중·고교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인성 사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 인성이 대학 입시에서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인성 스펙 쌓기에 나선 것이다. 각종 '인성 프로그램' 딱지를 붙인 사교육 업체들도 난립해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엔 리더십 캠프, 스피치 강의를 개설하고 정체불명의 인성 자격증까지 주는 업체까지 생겨났다. 한 리더십 캠프를 운영하는 사설 업체는 "이제 전교회장, 반장도 스펙!"이라 광고하며 학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 업체는 초등·중학생을 대상으로 5박 6일 동안 합숙하며 '회장선거를 위한 연설법'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법' 등을 가르치고 83만원을 받는다. 학원 관계자는 "리더십 캠프를 통해 학생의 협동심과 친화력을 향상시키면 대학 입시 면접관에게 호감을 살 수 있다"고 했다.

과거 웅변학원과 비슷한 스피치학원도 인성면접대비반을 개설해 영업에 나섰다. 대입 면접에서 인성 관련 질문을 받을 경우 답변하는 요령을 가르쳐준다는 명목이다. 한 스피치학원 관계자는 "표정과 말투를 교정하면 인성이 좋아 보이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민간 '인성 자격증〈사진〉'도 등장했다. 3만원을 내고 응시할 수 있는 한 인성 자격증 시험에선 '여동생이 집안 어른에게 남자 형(兄)을 말할 때 쓰는 말은?(정답은 '오라비')', '다음 중 우리나라 공휴일이 아닌 것은?' 등을 묻는다. 일정 점수를 넘기면 학년에 따라 1단계부터 5단계의 인성 등급이 부여된다. 인성 학원에 학생이 몰리면서 '인성 교육 지도사' 같은 관련 자격증도 2008년 2개에서 올해 272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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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진흥법은 교육부에 인성교육을 주관하는 위원회를 설치하고, 교육부장관이 5년마다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하면 각 시·도교육감은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점점 메말라가는 학생들의 인성을 키우자는 취지지만 법안 어디에도 대학 입시에서 학생 개인의 인성을 평가한다는 내용은 없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대학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인성을 입시 평가에 반영할 것이란 의구심이 퍼져 있다.

실제 사교육 업체들은 '앞으로 대입에 인성이 중요해진다'며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대입 스펙으로 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한 업체는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에 따라 고입·대입을 앞둔 학생들은 앞으로 봉사활동과 진로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정식 중·고등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외에 사설 업체 등에서 이수한 인성 교육 프로그램은 교육부 원칙상 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없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서울 한 여고에서 1학년 담임을 맡은 교사 배모씨는 올 여름방학이 시작된 이후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교외(校外) 활동이 생활지도기록부에 올라갈 수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학생 전화만 일주일에 3~4통씩 받고 있다. 대개 사설 업체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이라 생활지도기록부에 기록할 수 없는 활동들이다. 배 교사는 "사교육계가 입시와 인성을 묶어 영업해 학생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인성교육진흥법과 대입은 무관하단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성교육법의 취지는 예를 들어 국어 교과서 지문(地文)을 구성할 때 협동·협력과 관련된 내용을 추가하는 등 공교육 전반에 걸쳐 인성과 관련한 요소를 강화하자는 것"이라며 "인성이 평가 항목으로 추가되거나 별도의 교과목으로 개설될 일은 없으므로 사교육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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