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 업계 "책임 주체에 `면죄부`… 인근 대형 재건축 속속 추진돼 속단 일러"
[아유경제=정훈 기자] 반전은 없었다. 지난 수년간 수위 저하로 지반침하 등의 안전 문제가 지적돼 온 석촌호수에 대한 조사 결과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서울시(시장 박원순)는 6일 `석촌호수 수위 저하 원인 조사 및 평가`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호수의 물이 빠진 이유는 제2롯데월드와 지하철 9호선 공사 등이 복합적으로 만들어 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서울시는 향후 호수 주변 대형 공사가 완료되면 호수의 지하수위(지하수면의 높이)가 다시 회복될 것이란 다소 두루뭉술한 전망과 함께 조사를 매듭지었다. 시가 이 같은 결론을 내린 데에는 ▲석촌호수가 저수위를 유지했던 2011년 10월~2013년 10월 새 제2롯데월드와 지하철 9호선, 신규 대형 건물 등의 대형 공사가 진행된 점 ▲동위원소 분석 결과 석촌호수의 물과 제2롯데월드ㆍ지하철 9호선 유출수의 성분이 유사한 점 ▲공사 이전 시기와 비교할 때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각 공사장 방향으로 물의 흐름이 바뀐 점 등이다.
시에 따르면 호수의 수위 변화에 미친 정도는 시기별로 차이가 났다. 제2롯데월드는 2011년 10월~2012년 3월(2012년 3월 기여율 72%)에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가 공사가 단계별로 완공되면서 2012년 말 이후부턴 그 영향이 줄었다(2014년 12월 기여율 22%). 반면 지하철 9호선의 경우 초반에는 영향이 적다가(2012년 3월 기여율 25%),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커지는 결과를 보였다(2014년 기여율 63%).
이처럼 주변 8개 대형 공사 가운데 그동안 수위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돼 온 제2롯데월드와 지하철 9호선 공사의 영향이 명확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모호한 결론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실제로 시는 지반 안전성 검토 결과 석촌호수 수위 저하가 인근 지역 지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인근에서 발생한 이른바 `싱크홀(도로 함몰ㆍ지반침하)`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시뮬레이션 결과 두 공사가 완료되면 석촌호수의 물 빠짐 현상이 줄어들고 주변 지하수위도 다시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두 공사의 책임 주체인 롯데 그룹(회장 신동빈)과 서울시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줘 비난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시 발표를 보면 석촌호수의 물이 빠진 데에는 제2롯데월드와 지하철 9호선 건설공사의 책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조사 결과 주변 지반침하 등에 영향이 없었고, 향후 공사 완료 시 수위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음으로써 (이번 조사가) 책임을 피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였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 도시정비업계 전문가 역시 "멀쩡하던 호수의 물이 빠졌고 그 결과 없던 싱크홀이 생겼다는 것은 수위 저하에 따른 지반침하가 발생했다는, 삼척동자로 알 만한 이야기 아닌가"라며 "더욱이 석촌호수와 인접한 잠실역 주변은 제2롯데월드를 차치하더라도 최고 50층 높이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고, 계획세대수가 7000가구에 달하는 시내 3번째 초대형 정비사업인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6880가구ㆍ사업시행인가 전) 재건축도 추진 중이다. 또 맞은편에 위치한 장미1~3차(3522가구ㆍ안전진단 통과)도 개발 분위기가 급속도로 형성되고 있고 인접한 미성ㆍ크로바아파트(1350가구ㆍ통합 재건축 추진)와 진주아파트(1507가구ㆍ조합설립인가), 지하철 9호선 공사 현장 인근에 위치한 잠실우성4차(555가구ㆍ안전진단 통과) 등 호수 주변 곳곳에서 개발이 이뤄질 예정이라 서울시 시뮬레이션대로 호수 수위가 회복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난 여론을 예상한 듯 서울시는 이날 `지하수 관리 대책`도 함께 내놨다. 주요 내용은 ▲대형 굴착 공사장에 대한 유출 지하수 신고 및 관리 실태를 점검키 위한 현장점검팀을 올해 하반기부터 운영 ▲현행 유출 지하수 인지 후 30일 이내로 돼 있는 신고 기간을 발생 즉시로 강화하는 하수도 조례 개정 ▲건축 인허가 조건과 연계한 대형 공사장의 지하수 계측 자료 제출 의무화 등이다. 이와는 별도로 대형 공사장 및 관측망에서 누적되는 지하수 관련 정보는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ㆍ지리정보시스템) 기반의 지하수 지도로 제작해 사고 예방 및 원인 규명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향후 216개소인 지하수 관측망을 2025년까지 65개소 추가 확대할 방침이다.
김준기 서울시 도시안전본부장은 "석촌호수 수위 저하 원인 조사 결과 수위 저하는 주변 대형 건축물, 공사장 지하수 유출이 직접적인 원인일 뿐 주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는 대형 굴착 공사장의 유출 지하수 관리를 철저히 해 시민 불안감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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