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그림자
송귀영 시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인간의 본질에서 정서와 감성이 배제된다면 사람들의 삶에 있어 어떤 의미도 부여할 수 없다. 예술적 지상의 환상이 쓰라린 고통과 역경을 동반하여 닦아오는 메타포로서 융해되고 핵심의 논점이 제기되어 짚어 가다보면 문학의 법칙을 감지하게 된다. 또한 언어 표현의 새로운 면모를 표출하고 생활을 분해하여 자연의 미세한 부분까지 분절한 소리의 생명력을 찾아내는 것이 작가들의 몫이다. 의식의 심연 깊숙이 존재한 새로운 인식을 항상 갈구하고자 함이 당연한 이유이다. 시적 소재의 빈약함 속에서도 자연에 뭇 생명들의 가락과 숨결소리, 들림의 예술적 시상을 착란하여 인자를 생성 공유함으로써 우리들의 몸과 영혼과 사유의 갈증을 채워주는 시원한 한사발의 성수가 될 것이다.
흔히 시조는 시가 될 수 있어도 시는 시조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시조가 율격의 정형성, 글자의 제한성, 그리고 시어의 함축성이 담보 되어야하는 반면 시 창작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시정을 담아내면 족하다. 시조나 시가 고난을 감당할 수 있고 예감까지 전달되어야 하는 공통점을 내포한다 할지라도 시조의 미학이 주는 역할의 모티브에 행위, 마음, 모습은 물론 체험과 진실을 도외시할 때, 시조적 아름다움은 곡해되기 마련이다. 작품의 울타리 안에서 한 사물의 횡적 내재율만 서술하는 고착적인 형태로 머물지 않고 꾸준하게 시상을 일으키고 만족스런 반추의 신열 속에서 창작된 작품이라야 심장으로 또는 영혼으로 쓴다고 자부할 수 있다. 명상이라는 매개체에 펌프질로 흐느낌과 슬픔을 품어 올리고 바가지로 모든 시혼들을 퍼 담아 큰 수조에 저장할 마중물이 되고 싶음은 시인들의 공통적인 희망이고 꿈이다. 이러한 욕심을 밑바탕에 깔아 세 번째 신생아를 출산하면서 미숙아인지 우량아인지 판단을 독자들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죄송스럽긴 하다. 이제 오늘은 정서적 영혼의 영역표시로 정중하게 모실 어머니를 목을 놓아 부를 차례가 되었는데 초조하고 불안함은 왜일까? 정격시혼을 쓰다듬어주실 어머니를 꼭 불러보고 싶을 다름이다.
그래서 어머니!
몰래몰래 부려놓은 빛바랜 기억의 고집과 저 어둠 더미를 갉아 먹으며 땅에 내려앉은 번뇌의 멀미를 겨워하던 지난 시간들이 마구 후려치고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꿈을 낚는 머리맡에 열정이 엎질러지고 말았던 지난 세월들, 잉태한 그 순간부터 서정의 화인이 찍힌 심장 깊숙한 곳에 흉터가 조금씩 마모 되어 녹슬어가는 오늘 이 시점을 마주 대합니다. 이제 부터라도 딴청 피우지 않고 제색깔이 날 때 까지 혼신을 다하여 닦아 내겠습니다. 핸드폰 착신 신호에 화들짝 놀라도 뱉어버린 기억까지 모조리 주워 닦음질의 발신신호로 추스르겠습니다. 젊은 시절 육덕지게 아시팔자 못 고쳤다고 두 번 팔자 고치지 말라는 법 없다는 그 신념! 늦었지만 호흡이 멈추는 그때 까지 길머리 틀지 않고 혼신으로 녹물을 닦아 보겠습니다. 순환의 질서가 시작되는 조용한 침묵의 공간에서 늙어 검버섯이 돋아난 지금 젊어 꽃망울이 영그는 꽃잎을 부러워하지 않겠습니다. 안개처럼 희미해진 제자신의 존재위치를 감지하지 못하여 과거로 뒤돌아갈 수 없는 그 진실 앞에 절망하지 않겠습니다. 해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하고, 가보지 못한 영혼의 길을 찾아 세상의 이치와 변화를 터득할 때까지 녹슨 서정을 닦고 또 닦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환각의 틈을 비집어 돋아난 순과 넋 잃을 일들이 뒤 살아나 칠흑 같은 깜깜한 밤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헌걸찬 괴물 등살에 수억 년 지층이 갈라집니다. 산창에 걸린 저 봉우리도 무언으로 속삭입니다. 가지마다 새싹 돋고 다람쥐 한 쌍이 골짜기를 드나드는데 눈두덩 처치면 허벌레 비친 모양새 두 눈 뜨고 볼 수 없습니다. 이랑 안에서 새싹 고개를 저어 외면하고 솔 흑 파리 달려들어 사지를 뜯어 먹어 피돌기가 처절합니다. 새싹은 살흙 속에서 날 찾아봐라 숨바꼭질까지 합니다. 호수를 방황하다가 잔 한숨 걷어놓고 시름없이 사는 동안 느닷없이 솟구치는 살 떨리는 신비도 보이고, 계절이 지나갈 때마다 이제나 저제나 언제쯤에 새 이파리 틀까 곁눈질도 해 보았습니다. 꽃샘바람 불어오는 줄도 모르고 깊은 단잠에 꿈을 꾸며 무능도원 꽃밭에 여행가서 헤프게 쉬어오기도 했습니다. 구름을 우산삼아 기우는 석양, 활활 타는 황홀함도 보았습니다. 노을이 뜨겁게 심장마저 산화시킨 지난밤 꿈, 홀연히 들어 닥친 험상 굳은 잡신들이 덤벼들어 도망치다 엎어져 깨었습니다. 전날까지 후련한 오줌줄기 쫙 뻗어 갈겼어도 손끝에 가늠해 본 생사의 숨결은 미미하게 느껴집니다. 도우는 마음 대물림하여 한 사발 목축임의 선행으로 오가는 길 교시할 버릇도 여생 다할 때까지 간직 하겠습니다.
끝으로 어머니!
발길 뜸한 산야에 음성잠긴 곡성하며, 음향의 잔성도 허공에 파문일고 어두움 머금어가며 계곡가득 채우던 날 호수의 심장을 끌어당길 겁니다. 덤으로 함께 뜬 달빛 물위에 일렁임도 보겠습니다. 청아하니 여민 꽃술 필 날이 어즈버 인지 기억 앞에 커가는 꿈 그득 하여, 꽉 잠긴 마음의 빗장 봄눈처럼 녹아내면 웃음이 절로 묻어납니다. 혼자 받는 값비싼 사치 한세월 배인 향기 뉘 보란 듯 뿜어내지 안드라도 어머님께 이 빈가진 시조집을 올리오니 제발 한물간 생선 토막처럼 헐값으로 떨이를 하지 말아 주십시오. 어머니!”
― 송귀영, 시인의 말(책머리글) <녹슨 서정 빛날 때까지 멈출 수 없는 닦음질>
- 차 례 -
시인의 말
제1부 누워 깨는 새벽
산사태 별사
산사태 별사
마라도 연가 1 - (선창의 노래)
마라도 연가 2 - (전설의 노래)
마라도 연가 3 - (동굴의 노래)
마라도 연가 4 - (미련의 노래)
야상 1
야상 2
야상 3
야상 4 - 단풍을 위하여
야상 5
야상 6
야상 7
어항 안 자화상
단풍은 지는데
소나무 분재
누워 깨는 새벽 - 스펙트럼을 찾아서
첫눈 내린 아침에
제2부 산란
청자 음각 모란 문 표형주자
선비 촌 놀다
첫 걸음
촛불
연분
호박꽃
채송화 연정
백련지
산란
설죽
덕장
서해 갯골 길
2번 출구
청공을 날다 - 황학정 골편 사장에서
송이버섯
매화, 동백을 시샘하다
대보름달
펜 팔 (Pen-Pal)
어떤 행복
제3부 호수의 그림자
산장 소묘
해송
야생화
한마당
성의 흔적
백단 부
호수의 그림자 1 - 합천댐에서
호수의 그림자 2
호수의 그림자 3
호수의 그림자 4
호수의 그림자 5
호수의 그림자 6
호수의 그림자 7
호수의 그림자 8
호수의 그림자 9
호수의 그림자 10
눈雪색이 꽃
백조의 축제
제4부 생사 놀이
기다림
쓰나미
어려운 믿음
귀띔
능청
조롱거리
양심
생사 놀이
청개구리
사라지는 염장 질
세상에나!
한 세월 낚아채다
천수경 다라니 진언
산사의 초파일
삶을 들어다보면
꽃 싸움(花鬪)
하소연
사모곡
근조 심곡
제5부 방언의 미학
U,F,C. - 패자를 위하여
아리랑 판타지
공원 벤치의 하루
상춘곡
더딘 봄맞이
방언의 미학
무당 굿 1 - (천도제)
무당 굿 2 - (살풀이)
무당 굿 3 - (입무제)
굼벵이 심방 2
메뚜기
기생과 공생
하루살이 반나절 살다
복날의 비애
허탕 질
구덩이 풍경
시조 한 수를 위하여
모자라는 필력
출간 산기
작품해설 | 송귀영 시인의 시세계_이정자(시인, 문학박사)
시집 감상 | 아름다운 시인 송귀영의 시세계_이창년(시인)
[2015.02.25 발행. 176쪽. 정가 5천원(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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