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분노 제어 장치가 풀렸다.

뉴스일자: 2015년02월28일 16시48분

세종시 편의점 총기 살인 사건 이틀 만인 27일 발생한 경기 화성의 총기 살인 사건도 ‘분노’가 유발한 사건이다. 총격사건 당사자인 자살한 전씨는 평소 술을 먹고 형을 찾아와 돈을 달라며 행패를 부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금전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다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에는 세종시의 한 편의점에서 강모(50)씨가 전 동거녀 김모(48)씨와의 재산분할 문제로 앙심을 품고, 김씨 오빠와 아버지, 김씨의 현재 동거남을 엽총으로 살해한 뒤 자살했다.

같은 날 서울 강남구의 한 고깃집에서는 택시운전사 김모(51)씨가 자신을 비하하고 무시한다는 이유로 동료 택시운전사 이모(39)씨의 옆구리를 칼로 찔렀다.  지난달 경기 안산의 주택가에서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인질극을 벌인 피의자가 아내의 전 남편과 작은딸을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분노를 극단적인 방식으로 폭발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뒤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분노 제어 장치를 시급히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화를 억누르지 못한 탓에 발생하는 이른바 ‘분노 범죄’는 전체 폭력 범죄의 40%에 이른다. 지난해 경찰이 전국에서 검거한 폭력범 36만6527명 중 15만2249명은 격앙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분노 조절의 이상 징후는 의료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09년 3720명에서 2013년 4934명(32.6%)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분노조절 장애는 유전자 문제, 피부질환 후유증 등과 같은 의학적 요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날로 심화하는 사회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 등이 야기한 상대적 박탈감, 소외감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분노는 대개 ‘불평등’하거나 ‘불공평’하다는 인식에서 나온다”며 “최근에 일어난 사건 모두 분노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일어난 범행”이라고 분석했고, “분노를 자신에게 돌리면 우울증이 되고 타인에게 돌리면 폭행이나 살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노 수준이 대화로 풀 수 있는 정도일 때 바로 해결에 나서야 하고, 갈등을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해 숨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심리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필자는 일전에 참담한 경험을 하였다. 부인이 갱년기 장애 증상인 우울증을 동반한 정서적 불안감으로 인해 ‘이혼’까지 갔어야 할 정도였고, 조금만 방치하면 무슨 문제를 일으킬 것 같은 위험한 상황을 경험했다. 정신신경과에서 상담을 하고 투약을 한 다음부터는 마음의 안정을 찾고 평온해졌으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 이제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정신과 병원을 찾는 것을 수치스럽고 사회의 낙인이 찍힌다는 심각한 피해 망상증이 만연되어 있다. 경험담으로 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고 했더니 그제야 “나도 7개월을 복용했다.”는 등 조심스럽게 체험사례를 털어 놓는 것을 보면 아직은 숨기고 싶은 비밀인 것이다.

자기의 분노를 조절한다는 것은 오랜 교육과 훈련에서만 체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가정이 교육적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고, 학교공부마저 입시위주다 보니 자신의 정서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결핍되기 마련이다. 생활환경이 그렇고, 폭력적인 전자오락에 심취하면서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분노 범죄는 자연 증식하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정신과병원이 ‘정신병자’가 가는 곳이 아니라 정서불안, 스트레스, 우울증, 강박증, 폐쇄공포증 등 심리적 요인들을 전문 상담의와 상담을 하고 진찰을 받아보면 이외의 답이 쉽게 나온다.

차제에 우리 국민이 ‘욱’하는 성질이 있다고 미화할 것이 아니다. 경찰서나 지구대에 우발적 행동으로 입건이 되었을 때, 훈방조치도 ‘정신과 상담’ 조건부 훈방을 해야 할 것이며,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들도 훈계와 정신과 상담‘을 병행해야 앞으로 더 큰 우발적인 범죄나 불행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입사시험과 채용 시에도 정신과 상담 기록을 의무제출하도록 하여 정신과 상담이 자유롭고 유익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고착시켜야 한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마음을 다스리고 제어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 그리고 프로그램을 권해야 한다. ‘욱’하는 성질은 미화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에 분노제어장치가 풀렸다. 이것을 강제하거나 단 시간에 해결할 수는 없다. 주변의 관심이 필요할 때다.

김종철 해피코리아뉴스 편집장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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