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내셔널리그에서도 ‘투수 타석’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는 것일까. 롭 맨프레드 신임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NBC스포츠의 크렉 칼카테라는 지난 3일 ‘보스턴글로브’의 칼럼니스트인 닉 카파도의 칼럼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맨프레도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리그 공격력 증가에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으며, 내셔널리그에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그 중 하나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메이저리그는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모두 지명타자 제도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1973년 아메리칸리그에서 지명타자 제도를 처음으로 시행하면서 그 벽의 한 축이 허물어졌다. 역사가 아메리칸리그보다 오래된 내셔널리그는 지명타자 제도를 끝까지 거부했고, 결국 지명타자 제도는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를 구분짓는 결정적인 차이가 됐다.
지명타자 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메이저리그 취재 경력이 오래된 기자들이나 역사가들이다. ‘야구의 역사’의 저자로 ‘뉴욕 타임스’의 명 칼럼니스트인 조지 벡시는 “그만큼 공공연하고 격렬하게 의견이 양분된 적도 없었고 아직까지도 그 상처가 곪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하면서도 “야구의 아버지 알렉산더 카트라이트가 살아 돌아와 현대의 야구장을 돌아보다가 지명타자를 본다면 ‘필드에서는 수비도 안 하면서 몇 회 만에 가끔씩 나와서 방망이만 휘두르고 사라지는 저 주제넘은 인간은 뭐지?’라는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며 지명타자 제도에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현재 내셔널리그에도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투고타저 현상의 심화와 함께 득점력의 저하, 특히 내셔널리그 쪽에서 그 정도가 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내셔널리그의 평균 득점은 3.95점으로 1990년 이후 25년만에 4점대의 벽이 무너졌다.
정상급 공격력을 가진 타자가 한 명 더 들어서는 아메리칸리그와 좋은 공격력을 기대할 수 없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의 평균 득점 차이가 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명타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재미있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많은 의견이 엇갈린다.
지명타자 옹호론자들의 의견은 무기력하게 타석에서 물러나거나 번트만 대는 투수들의 모습을 보는 것 보다는 한 명이라도 더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 공격의 재미를 살리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반면 비판론자들의 의견은 투수들이 타격을 하다 부상을 당할 수 있으며, 투수가 때려내는 의외의 안타나 홈런이 팬들에게 오히려 더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명타자 제도가 내셔널리그에도 도입이 될지 어떨지는 아직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 다만 메이저리그에 불어닥친 투고타저의 바람과 공격력 강화를 바라는 맨프레도의 의지가 있는 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