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유준상 기자] 담합은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다. 현 정부가 2013년 3월 첫 국무회의 때 입찰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시장 감시 체제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ㆍ이하 공정위)가 다수 건설사들에게 시정 명령 및 과징금 부과 조치를 취하면서 다시 한 번 이 문제가 조명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공정위, 5개 공사-13개 가담 건설사에 시정 명령 및 과징금 330억원 부과
지난 4일 공정위는 5건의 기반시설 공사 입찰에서 사전에 투찰 가격, 들러리 참여 등을 합의한 13개 건설사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총 329억51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발표 자료상에서 가장 위에 올라 있는 담합 적발 분야는 공공 청사 건설공사 분야였다. 조달청이 2008년 7월 발주한 `완주군 청사 및 행정타운 건립 공사` 입찰에서 벌어진 담합에 가담한 K1사와 H1사에게 공정위는 시정 명령과 함께 각각 9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은 해당 입찰에 참여하면서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공사 추정 가격의 95% 수준에서 투찰률을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시장 질서를 해하는 담합의 `검은 손`은 철도업계에도 뻗쳤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08년 1월 착수한 `호남고속철도 3-2공구 건설공사` 입찰에서도 D1사, P사, N사, S1사, K2사 등 5개 사가 담합으로 적발됐다. 공정위에 의하면 이들은 D1사가 낙찰할 수 있도록 나머지 업체들이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키로 합의했다. D1사는 다른 업체를 방문하거나 유선을 통해 하도급 계약 체결 등을 조건으로 들러리 합의를 유도하고 투찰률을 미리 정해 각 회사에 통보까지 했다. 해당 공사는 결국 D1사에게 돌아갔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D1사에 48억7200만원, P사에 73억800만원, S1사에 8억1200만원 등 129억9200만원의 과징금으로 `철퇴`를 가했다.
항만 시설 공사도 담합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조달청이 2010년 12월 공고한 `포항영일만항 남방파제(1단계 1공구) 축조 공사` 입찰에선 S2사, D1사, H2사 등 3개 사가 `짬짜미`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3개 사 관계자는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한 투찰 합의를 목적으로 입찰일(2011년 4월 28일) 3~4일 전 서울 종로구 소재 찻집에 모였다. 이곳에서 추첨 방식을 통해 각 사의 투찰 가격과 투찰률 등을 정하고, 결정된 금액대로 투찰키로 합의가 이뤄졌다. 이에 따른 투찰률은 S2사 94.45%, D1사 94.43%, H2사 94.39% 등으로 나타났다. 결국 사전 합의한 금액대로 투찰이 이뤄졌으며, S2사가 1185억원에 낙찰했다. 이에 공정위는 S2사에 17억2300만원, D1사에 15억800만원, H2사에 17억2300만원 등 49억5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제재했다.
도로 건설공사도 담합의 단골 분야임이 확인됐다.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2011년 3월 발주한 `화양-적금 3공구 도로 건설공사` 입찰에서도 담합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가담한 D1사, D2사, P사, H2사 등 4개 사는 해당 입찰에서 가격 경쟁을 회피할 목적으로 투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했다. 이들은 2011년 3월 초 서울 서초구 소재 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추첨으로 각 사의 투찰률을 95% 수준으로 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투찰률은 D1사 94.85%, D2사 94.97%, P사 94.92%, H2사 94.80% 등이었다. 이 역시 상호 합의한 투찰 가격대로 입찰이 진행됐으며 H2사가 낙찰자로 최종 결정됐다. 이들의 불공정 행태에 공정위는 D1사와 D2사엔 각각 18억7700만원, P사엔 42억2300만원, H2사엔 29억4900만원 등 109억2600만원의 과징금 부과로 맞섰다.
담합의 어두운 그늘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드리웠다. 2012년 7월 3일 국군재정관리단이 주한미군 기지 이전시설 사업의 일환으로 발주한 BCTC(Battle Command Training Centerㆍ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전투 시뮬레이션 연습을 위한 시설) 및 단기 체류 독신자 숙소 건설공사 입찰에서 D3사, S3사, H3사 등 3개 사가 경쟁 회피 목적으로 업체별 투찰 금액을 결정해 결국 D3사가 낙찰자가 된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D3사에 12억8500만원, S3건설에 8억5600만원, H3사에 10억2800만원 등 31억6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두고 국민의 삶의 질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회기반시설에서의 입찰 담합을 엄중하게 제재한 것이란 입장이다. 또한 공정위는 유사 사건 재발 방지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조치가 사업자 간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조함에 따라 국가 및 지자체의 예산 절감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공공 입찰 담합에 관한 감시를 강화하고, 담합이 적발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제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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