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유준상 기자] 공익사업으로 생활의 근거를 상실할 경우 이주 대책 지원을 받으려면 어떠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지를 명시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르면 해당 구역 내 건축물 소유권 취득 시점이 공익사업 구역 지정을 위한 주민 공람일보다 앞서야 한다. 아울러 주택은 취득했지만 부득이한 사유 없이 거주하지 않는 소유자의 경우 이주 대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달 23일 대법원 제1부는 도시개발사업이 시행되는 사업 구역 내 건축물 소유자들이 이주 대책에 따른 지원 대상자에 자신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다투는 상고심 선고에서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SH공사는 옛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사업법)」 제78조제4항에 따라 자신이 사업시행자로 주관하는 도시개발사업 구역 내 이주 대책을 수립했다. 이에 따르면 해당 사업으로 인해 생활의 근거를 상실케 되는 자(이주대책대상자)를 위해 이주정착금을 지급하고, 이주정착지에 도로 등 공공시설을 설치하고 그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이주 대책의 일환으로 지원 조건에 부합한 건축물 소유자들이 이주대책대상자로 선별됐지만 이후 문제가 생겼다. 이주대책대상자에서 제외된 이들이 이에 반발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서울고등법원은 "SH공사가 이주대책대상자에서 무허가 건축물 소유자들을 제외시킨 결정은 잘못됐다. 옛 공익사업법 시행령 부칙 제6조에 의하면 건물이 1989년 1월 24일 이전에 건축되고, 보상계획 공고일 이전에 그 소유권 취득이 이뤄졌으면 이주 대책 대상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SH공사는 이들에게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판결을 뒤집었다. 이주 대책 지원을 받는 기준에 있어서 해당 건축물의 허가 여부가 아닌 소유자의 소유권 취득 시기를 문제 삼은 것이다.
SH공사가 제기한 상고심에서 대법은 "옛 공익사업법 제78조제4항이 적용되는 「도시개발법」 등이 정한 이주대책대상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짓는 소유권 취득 시기는 보상계획 공고일 이전이 아니라 공익사업 구역 지정을 위한 주민 공람일 이전이어야 한다. 따라서 해당 공람ㆍ공고일인 2004년 1월 15일 이후 소유권 취득을 마친 건축물 소유자 4명은 이주대책대상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 같은 결정은 거주의 목적이 아닌 시혜적인 혜택을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뤄지는 소유권 취득을 방지키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자신들이 이주대책대상자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미거주 소유자들도 대법에 소를 제기했으나 이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은 이들이 수용 부동산에 거주했다거나, 취학ㆍ취업 등 부득이한 사유로 거주하지 않았음을 인정키에 그 증거가 부족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은 "옛 공익사업법 제78조제4항이 법이 정한 이주대책대상자의 범위를 넘어 시혜적인 이주대책대상자에게까지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사업시행자가 이주대책대상자의 범위를 넘어 미거주 소유자까지 이주대책대상자에 포함시키더라도 이러한 이주 대책은 법령에 의한 의무가 아닌 시혜적인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업시행자가 이 같은 미거주 소유자에 대해 생활기본시설 등을 설치해줄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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