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박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
▲ “경제 전반 대수술” 호소 아닌 압박
메르스·재벌 문제는 언급 안 해
야 “사과 한마디 없는 훈시” 비판
박근혜 대통령(사진)이 6일 춘추관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 제목은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었다. 광복 70주년 ‘8·15 경축사’를 9일 앞두고 돌연 ‘후반기 국정구상’을 밝히겠다며 내놓은 담화였다.
외교·안보·정치 등 전반적 집권 후반기 국정방향은 경축사로 미뤄둔 채 ‘경제’만 똑 떼어 입장을 밝힌 것인데, 핵심은 노동시장 유연화 등 ‘노동개혁’이었다. “간곡하게 요청드린다”는 ‘호소’ 형식을 빌렸지만 일방적 지시와 압박만 한 24분간의 대국민담화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의 주역으로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면서 노동·공공부문·교육·금융 등 4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기 반환점(25일)을 앞두고 경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국정 다잡기에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노동개혁은 일자리”라며 “정부는 우리 경제 재도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토대이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 열쇠”라며 “우리 딸과 아들을 위해서, 국가 미래를 위해서 결단을 내릴 때”라고 말했다. 이어 “기성세대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며 “대기업과 고임금·정규직들이 조금씩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경제가 어렵다면서도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 실패에 대한 국정 책임자로서의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경제의 심각한 위기 요인으로 지목되는 재벌 문제도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 내내 “국민 여러분 동의가 있어야 하고 적극적 동참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힘을 모아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고통 분담만 요구했을 뿐 4대 개혁의 토대가 될 사회적 대타협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복안이나 정부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해야 한다”는 식 지시만 내린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원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국민담화가 ‘속빈 강정’으로 끝났다. 사과는 없고 ‘독백’과 ‘훈시’로 끝나 참으로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는 “불통의 벽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메르스 사태 때문에 국민이 많은 고통을 겪었는데 그에 대해서도 한마디 사과말도 없어 아쉽다”고 했다.
정부는 차관회의를 열어 4대 개혁, 서비스산업 육성 등에서 26개 과제를 선정하는 등 담화 관련 후속조치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