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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미가 없어 나무꼬챙이로 살살 긁어 잡은 재첩
아침에 우연하게 달력을 보게 되었다. 평소 달력을 볼 일이 없는데 바람에 달력이 펄렁이는 것이 눈에 들어 온 것. 그런데 가만 보니 오늘이 8물이다. 7물부터 11물까지 그야말로 딱 가기 좋은 곳이 있으니 바로 서낙동강 삶의 체험현장이다.
▲ 재첩잡는 반대편 등대를 돌아가면서 바라 본 서낙동강. 해무가 밀려온다.
부산에서 을숙도를 지나 명지IC에서 직진하여 서낙동강을 넘거나 명지마을을 거쳐 신호대교를 건너자마자 오른편으로 내려선 후 도로를 따라 600m 이동 후 화천신호대 주변 도로에 주차를 한 후 배수장을 따라 해안으로 나서면 된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후문 앞으로 화전산단1로 화전1번 신호등 앞이다.
▲ 물이 다 빠지면 들어가자며 기다리는 도중에 들어가서 잡을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할머니들과 아낙네들의 표정이 들떠 있다. 허벅지까지 물이 채 빠지지 않았지만 일부 성급한 사람은 이미 물속에서 재첩을 잡느라 바쁘다. 할머니는 대부분 맛조개를 잡는다. 맛조개를 잡는 장비는 끝에 돌기가 달린 쇠꼬챙이가 전부다. 다른 지역처럼 소금을 뿌리거나 삽으로 땅을 파는 게 아니라 구멍에 빠른 손놀림으로 쇠꼬챙이를 깊이 넣었다 빼내면 끝에 달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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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빠지기 전 전경 |
▲ 물빠진 전경 |
낙동강에는 예로부터 재첩이 유명하였다. 어디 재첩뿐이겠는가 명지대교 주변으로 지금도 가리맛조개, 맛조개, 대맛조개, 가무락조개(모시조개라고도 한다.), 재첩 등을 잡을 수 있으니 부산에서 이보다 더 좋은 체험이 어디 있을까 싶다. 주인이 없어 아무나 들어가서 마음껏 잡을 수 있으니 물이 빠지는 8물부터 11물까지는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서낙동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신호대교 주변은 바닷물이 많이 빠지는 9물이다. 오후 2시를 넘어서면서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물속에서 재첩을 잡느라 분주하다. 서낙동강 물길이 신호대교를 지나 진우도와 신자도 장자도 대마등 앞으로 흘러 바다와 합류하면서 인근 가덕도에서 을숙도로 향하는 바다는 굴 종패를 키우는 어장과 다양한 조개류가 채취되는 곳이다. 특히 봄부터 잡기 시작하는 재첩과 맛조개는 가을까지 채취가 가능하다.
▲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물속을 걸어가는 사람들
▲ 물이 빠지면서 미처 못빠져나간 숭어가 잡혔다,
재첩 잡이 준비물로 계란사면 주는 작은 구멍 있는 바구니와 호미 그리고 양파망이 필수이며 재첩잡고 나와서 씻을 물을 함께 가지고 가야 한다. 특히 달력을 보고 물때를 잘 맞추어야 하는데 보통 5물부터 시작해서 11물 까지 조개잡이가 가능하다. 물때는 낚시점에 들러서 삼천포 기준 물때표를 참고하면 된다.
▲ 맛조개를 잡고 있다.
맛조개를 잡기 위해 우선 쇠꼬챙이를 준비한다. 체력이 된다면 삽으로 땅을 깊게 파도 되지만 그건 노가다에 가깝다. 물이 적당하게 있는 바닥에 구멍이 뚫어져 있는데 조금 떨어져 발로 땅을 한번 탁! 굴리면 맛조개나 가리맛조개가 있는 곳에서 물이 순간적으로 칙! 솟는다. 그 순간 잽싸게 쇠꼬챙이를 신속정확하게 찔러 넣어면 맛조개를 관통하게 되고 쇠꼬챙이를 뽑아 올리면 끝에 걸려 나온다. 맛조개는 쇠꼬챙이 반대 방향으로 돌려서 빼 내면 된다. 그러나 성질이 급하여 쇠꼬챙이를 무리하게 넣다가는 쇠꼬챙이 앞 창이 떨어져 사용할 수 없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소금을 넣어 잡는 사람은 거의 없다.
▲ 맛조개와 가무락조개
맛조개를 잡기 위해 땅을 퍽! 퍽! 굴리다 보면 물은 뿜는데 쇠꼬챙이가 들어가지 않고 딱 걸리면 호미질을 한다. 땅을 10cm 정도 파면 그곳에는 가무락조개가 있는 것이다. 맛조개와 가무락 조개를 동시에 잡는 사람은 소위 말하는 고수다. 하수는 맛조개도 겨우 잡는다.
▲ 가무락조개
장화신고 들어 갈 정도가 되면 갯가에 있던 사람은 전부 바다로 들어간다. 각자 생각해 둔 곳을 향하여 흩어지고 서낙동강 모래층이 육지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호미로 깊게 파면 가무락조개와 가리맛조개가 물을 찍찍 쏘면서 나온다. 가무락조개는 적어도 땅을 10cm 이상 파야 하기 때문에 주변을 쟁기질 하다 시피 뒤진다. 가무락조개를 이곳 사람들은 모시조개라고 부른다.
▲ 남자들은 물이 조금 깊은 곳에서 도구를 이용하여 제첩을 잡고 있다.
▲ 땅을 살살 긁어 잡아내는 재첩
재첩은 호미 측면을 이용하여 모래를 살살 끍으링홱�. 1cm 채 안되게 모래를 끍다보맬９結� 뭔가 걸리는 느낌이 온다. 호미질을 멈추고 손으로 잡으면 되는데 이때 장갑은 필수이다. 죽은 조개와 깨어진 조개가 많아서 자칫하면 상처입기 쉽다. 또한 물 빠짐 있는 소쿠리에 담아서 적당하게 잡으면 물에 씻어 양파망에 옮겨 담아야 한다.
▲ 갑자기 밀려 온 해무 그리고 맛조개 잡는 아낙의 모습
맛조개를 잡고 싶다면 장비를 구입해야 한다. 장비라고 해봐야 끝이 뾰족하고 걸림이 있는 쇠꼬챙이가 전부인데 조개 잡는 곳으로부터 직진하여 도로 끝까지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갈림길 앞에 있는 상점에 가면 판매를 한다.
▲ 조개(재첩)를 사냥하고 있다.
▲ 온통 보이는 것은 이상하게 생긴 게들 뿐이다.
▲ 해무속에서 맛조개 잡는 아낙과 재첩잡는 아낙
▲ 물이 드러난 곳에는 사람이 빠지지 않을 만큼 모래질이 단단하다.
▲ 물이 빠진 서낙동강
▲ 명지 방향으로 물이 빠지지 않는 지역
▲ 재첩을 잡고 나오는 모습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신호대교 아래는 바닥 층이 모래와 진흙층으로 이루어져 조개잡기 안성맞춤이다. 재첩을 잡기위해 특별한 도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호미 한 자루면 된다. 호미마저 없다면 장갑을 끼고 모래를 살살 긁기만 해도 크고 작은 재첩이 쏙쏙 빠져 나온다. 매년 하루가 멀다 하고 씨를 말릴 정도로 재첩을 잡는다며 도대체 매일 어디서 생겨나 재첩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한 자루 잡은 것을 보여준다.
▲ 잡은 맛조개를 제방에서 바로 껍질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카메라를 잠시 접고 잡아봤다.
▲ 한시간 가량 잡은 재첩. 더 잡고 싶어도 담을 양파망이 없어 중단하였다.
▲ 뭘로 잡았을까? 사진에 보이는 막대기로 잡았다.
호미를 준비하지 않은 탓에 막대기 모서리를 이용하여 살살 땅을 긁었다.
사진속 재첩은 땅을 긁어 주변에서 모든 것이다.
부산 사람들이라면 기억을 할 것이다. 새벽이 되면 골목길을 누비며 "제칫국 사이소~" 소리와 함께 머리에 이고 있던 양동이 내려놓고 한 그릇 퍼주며 부추를 올려주던 재칫국 장사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쩌다 녹음된 목소리를 스피커를 통해 틀며 골목을 다니는 화물차 재칫국 장사를 만나는게 그나마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부산의 낙동강에는 예로부터 가막조개 또는 가무락조개가 있었고 이를 잡아 국을 끊여 먹었다. 색이 까만색 비슷해서 가막조개인지 몰라도 "가막조개"로 국을 끊여 팔던 가계가 생겨나면서 조개를 껍데기와 알맹이를 걸러내는 과정 때문인지 "재칫국"으로 불러졌고 재칩이란 방언이 생겨났다. 그 후 표준어 과정에서 재칩은 채첩으로 불러져 오늘날에 이러고 있다.
재첩을 잡기 위해 필히 다른 신발과 물빠짐이 가능한 소쿠리, 담을 통이나 양파자루, 호미가 필요하며, 햇볕을 피할 모자와 토시, 장갑 그리고 씻고 마실 분과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여야 한다. 물이 빠지기 전에 물속에서 잡기 위해서는 튼튼한 구멍 뚫린 스텐용기가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주차는 도로변에 해야 하며, 고무다라이에 구멍을 뚫어 끈을 메달고 다녀도 좋다. 아이들 체험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조건이지만 조개 껍질로 인한 안전사고를 주의해야 하며,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반드시 제일먼저 빠져 나와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