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정겨운 5일장터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경기도 파주 / 이하 김종성]
파주는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이지만, 아직도 동네 곳곳마다 오래된 오일장이 열리는 인간미 있고 정겨운 풍경이 남아있다.
소읍과 장터를 좋아하는 여행자에겐 파주는 보물 같은 곳이다. 경의선 금촌역 앞 금촌장, 문산역 앞 문산장, 조리읍 봉일천장,
법원읍 법원장, 임진강에서 가까운 적성면 적성장 등이 각자 다른 날짜에 오일장터가 펼쳐진다.
[소처럼 돼지도 버리는 게 거의 없다]
파주 사람들이 오일장만큼 익숙하고 즐겨 찾는 곳은 바로 ‘돼지 부속집’이다.
돼지 부속은 돼지를 도축하고 삼겹살이나 갈비 등의 주요부위를 잘라내고 남은 껍데기, 막창, 염통, 갈매기살 등을 말한다. 아귀살, 새끼집, 볼살, 막창(큰창자), 염통, 감투(위), 유통(가슴). 다소 생경한 이 이름들이 바로 돼지 부속의 종류들이다. 돼지의 부위를 지칭하는 용어인데, 조금 생소하다 싶더니 사전에도 없는 말이란다. 과거엔 거세를 하지 않고 키웠던 돈낭(돼지의 고환), 돈싱(돼지 성기)도 있었다고. 소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맛과 식감이 다양한 돼지 부속의 매력은 1970년 대 조리읍 봉일천리에서 처음 생겨난 이후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파주 시민들의 향토음식이 되었다.
[다양한 부위의 돼지부속, 파와 함께 구워먹는다]
돼지 내장, 부속 살을 한데 모아 간단하게 밑간을 해서 불에 구워먹는 돼지 부속고기. 7~8년 전만 해도 생소한 명칭이었지만, 지금은 인근의 고양시, 일산, 서울, 구리 등 시민들도 즐겨 찾는 별미 음식이 되었다. 1960년대 돼지고기 수출 후 남은 값싼 부속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는 돼지 부속 구이는 저렴하고 푸짐해서 서민들의 고픈 배를 채워주는 좋은 외식 메뉴였다. 돼지 족발, 순대국밥(혹은 돼지국밥)과 함께 기름진 살코기는 아니지만 고기 향이라도 맡을 수 있는 저렴한 부속 고기는 서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고.
돼지 부속이라는 생경한 어감으로 생긴 선입감도 막상 시식을 해보면 생각이 바뀌고, 그 오묘하고 깊은 맛에 점차 빠져들게 된다. 소고기가 부위별로 천차만별의 맛을 자랑한다지만 돼지고기만큼 부위별 맛의 버라이어티를 뽐내는 것도 없을 듯 싶다.
[간장, 참기름 등 간단한 밑간을 하는 부속고기는 육질의 신선함이 기본이다]
모듬 혹은 부위별로 모두 600g에 1만9천원~2만2천원. 2명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돼지 부속엔 진하고 매운 양념은 하지 않고 간장, 참기름 등 밑간만 간단히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선한 고기와 내장이 관건이다. 신선도가 떨어지는 고기를 쓰면 단골들도 귀신같이 알기 때문에 48시간이 지난 고기는 절대 팔지 않으며, 냉동육은 일절 받지 않는다. 여기에 고기를 다듬고, 밑간을 하는 주인장의 손맛이 더해져 부속 고기의 맛이 완성되는 것이다.
싱싱한 국내산 생고기의 육질이 혀에 착착 감겨든다. 모듬을 주문할 때의 팁 하나! 본인이 원하는 두세 가지 부위만 요청해도 어느 가게나 해준다. 야들야들한 껍데기, 쫄깃쫄깃 갈매기살, 살살 녹는 볼살(아귀 통살), 담백한 막창. 지방이 없고 꼬들꼬들하고 고소한 맛이 단연 일품이다. 부속 고기들이 입속에서 화려한 삼바 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싱싱한 국내산 생고기의 육질이 혀에 착착 감겨든다]
“돼지 부속에도 귀한 부위가 있어요. 볼살(아귀살)은 돼지 코를 중심으로 양 볼에 손바닥 크기만큼 나오는 볼때기 살이고, 지라(비장)는
빈혈에 특효가 있는 별미 보양 음식입니다. 단골이거나 운이 좋다면 부속 고기에서도 귀한 특수부위로 치는 콧등살, 귀뒷살 등을
먹어 볼 수 있죠” - ㅎ 돼지 부속 주인
파주의 돼지 부속 고깃집에 공통으로 출현하는 파를 썰어 넣은 작은 도시락통. 부속 고기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정다운 찬합이다. 익은 부속 고기를 찬합에서 구운 대파로 감싼 후, 초장을 살짝 찍어 먹어야 제맛이다. 빈 도시락에 양파와 마늘을 넣은 후에 초장을 넣어 끓여도 매콤하고 새콤한 소스가 된다. 찬합에 밥을 볶아 먹는 것도 별미다. 돼지 부속 고기를 더욱 맛있게 먹기 위한 방법! 연한 부위 (갈매기살, 뽈살, 아구살 등)는 화로 테두리에 놓고 쫄깃한 부위 (막창, 껍데기 등)는 중앙에 놓고 굽는다.
[돼지부속고기집의 또 다른 별미, 이채로운 찬합]
어릴 적 아버지와 같이 왔다가 대를 이어 단골이 되었다는 파주 토박이 아저씨. 부침개가 떠오르는 비 내리는 날, 파주 사람들은 돼지 부속이나 구워먹자며 모인단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 한 점에 털어 넣는 소주 한 잔. 그리고 이어지는 유쾌한 대화.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겠다. 손님의 70% 이상은 돼지 부속 고기를 먹으러 파주까지 찾아온 외지인이라고.
“서울에서 남친이랑 종종 와요. 서울에도 돼지 부속집이 여러 곳 있는데, 파주에 있는 고기 맛이랑은 확실히 달라서 이렇게 일부러 찾아와요.
특히 막창이 생으로 나오는데 냄새도 안 나고 구우면 정말 맛있어요” - ㄷ부속고기집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