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 1부(민유숙 수석부장판사)는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사라진 B씨와의 혼인을 무효화 해달라는 A씨의 청구를 물리쳤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베트남 서류 등을 갖고 소재 파악 노력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은 점, A씨가 주장하는 B씨의 페이스북 계정이 B씨 본인의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또 "만약 페이스북 계정이 B씨의 것이 맞을지라도 현재 있는 증거만으로는 B씨가 결혼할 의사 없이 혼인 신고를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13년 5월 한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베트남에서 B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한국으로 홀로 돌아온 A씨는 베트남 쪽 서류를 받아 그해 9월 혼인 신고를 했다. 이어 신부를 데리러 10월 말 베트남을 다시 찾았다가 바람을 맞았다. 공항에서 만나 함께 한국으로 오기로 했던 신부 B씨가 연락 끊긴 것이다.
이에 A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혼인 무효 소송을 냈다. A씨는 "B가 처음부터 결혼할 의사 없이 성혼 성사금만 노리고 결혼했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패소하자 A씨는 B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 계정을 증거물로 내세워 항소심에 임했다. 이 계정에는 2014년 9월 올라온 사진과 댓글에 '4개월 된 아기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던 것이다.
계산을 해보면 2014년 5월께 출산한 것이고 그보다 약 열 달 전인 2013년 7월∼9월쯤엔 누군가의 아이를 밴 셈이다. 이는 A씨와 국내 혼인신고를 한 2013년 9월과 겹치는 시점이다. 이에 A씨는 B씨가 당시 남의 애를 임신한 상태로 혼인 의사가 없었다는 논리를 폈다.
문제는 계정에 적힌 이름이 B씨와 다른 점이었다. A씨는 결혼사진을 보이며 계정 주인과 신부의 얼굴이 같다고 주장했고 동행한 통역 등도 사실확인서를 냈다. 계정 주인이 누구냐가 쟁점이 되자 법원은 A씨에게 B씨 계정이 맞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A씨는 B씨 페이스북 담벼락에 자신의 이름으로 글을 남겼다. "임신한 상태에서 저랑 결혼하려고 했던 게 맞습니까" 그러자 계정 주인은 "누구세요"라는 답글로 부정했다.
계정 주인은 A씨에게 자신은 결혼한 적이 없고 이제 결혼을 하려는 데 대체 누구기에 이런 걸 자신에게 물어보느냐고 했다. 결국, 페이스북조차 A씨의 기대를 배신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