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민수진 기자]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단지 여러 곳을 하나로 묶어 개발하는 `통합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6ㆍ7단지 ▲서초구 경남아파트ㆍ신반포23차ㆍ신반포3차, 신반포8ㆍ9ㆍ10ㆍ11ㆍ17차(한신4지구), 신반포18ㆍ24차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중에는 사업 속도가 다소 느리지만 소유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꾸준히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곳이 있는가 하면 이견으로 인해 `단독 재건축`으로 돌아선 곳도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서초구 반포현대아파트가 인접한 삼호가든4차와의 통합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잘되는 단지엔 `이유`가 있다!
신반포 18ㆍ24차 "통합 후 `이점` 파악, 이를 통한 설득이 주효"
"주민 간 合心이 먼저" 강조한 한신4지구, 조합 설립 향해 박차
`통합`으로 사업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단지들은 대부분 ▲대단지 프리미엄 ▲효율적인 단지 배치 ▲대규모 커뮤니티시설 조성 ▲관리비 절감 등을 `통합 재건축`의 장점으로 꼽았다.
2012년부터 통합 재건축을 추진해 온 신반포18ㆍ24차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이곳은 다음 달 11일 관리처분인가를 위한 조합원총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곳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의 임정숙 조합장은 "당초 통합 재건축 후의 이점을 정확히 간파해 소유자들을 설득, 의견을 하나로 모아 사업을 진행한 결과 현재는 관리처분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임 조합장에 따르면 이곳은 당초 차(次) 수가 너무 잘게 나눠져 있어 새 아파트를 세워도 동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그녀는 통합 재건축으로 단지를 넓혀 부가가치도 높이고, 서로 이익이 되는 점을 고려해 통합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서울시 권고(안)에 따라 기정 조합이 설립돼 있던 신반포18차에 신반포24차가 조합 승인을 얻어 두 단지가 함께하기까지는 2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임 조합장은 "2평(형)을 2평(형)으로 만드는 것보다 한뜻을 모아 2평(형)을 4평(형)으로 만드는 것이 5평(형)의 가치를 얻는 길이다"는 말로 성공적인 통합 재건축을 정의했다.
조금 느려도 부지런히 제 단계를 밟아 가고 있는 곳도 있다. 지난 4월 30일 `통합 재건축` 추진을 위한 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한신4지구가 대표적이다. 한신4지구는 5개가 함께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5개 단지는 ▲한신8차 9개동(상가 1개동, 아파트 8개동) 864가구 ▲한신9차 2개동(상가 1개동, 아파트 1개동) 286가구 ▲한신10차 아파트 5개동 876가구 ▲한신11차 4개동(상가 1개동, 아파트 3개동) 398가구 ▲한신17차 아파트 3개동 216가구 등 총 23개동(상가 포함) 2640가구로 이뤄져 있다.
이곳은 오랫동안 사업에 특별한 진전이 없다가 최근 한신4지구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 김학규ㆍ이하 추진위)를 중심으로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5개 단지는 2003년부터 같은 아파트 관리사무실을 사용해 대다수 주민들이 이미 `하나의 단지`라고 인식하고 있는 점이 사업시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학규 위원장은 "`통합 재건축`과는 개념부터 다르다"며 "다만 한신4지구는 5개 차수와 부속 상가를 합쳐 대규모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신4지구는 여러 단지가 모여 추진위를 구성한 데다 대규모로 재건축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큰 틀에서 보면 `통합 재건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 위원장은 통합 재건축에 대해 "한신4지구는 아니더라도 흩어져 있는 단지들이 서로의 단점은 보완하고, 이점은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통합`해 재건축을 진행한다면 전체적으로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단지와 단지를 합치는데 머리를 맞대는 것보다 주민 간의 마음을 먼저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단지임에도 불구하고 각 단지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은 점은 한신4지구에겐 `복`이라는 평가다.
김학규 위원장은 "우리는 2003년부터 시작됐지만 크게 말썽은 없었다"며 "그 후 재건축 여건과 시기가 맞지 않아 문을 닫아 놓았다가 최근 다시 사업을 재개하니 외려 재건축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과 열의가 대단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신4지구는 `부지런히 빨리 가자`는 것이 모토"라며 "갈등도 없고 사업에 대해 주민들이 누구보다 열정적이기 때문에 올해 안에 조합 창립총회를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신반포1ㆍ15차, 양측 이견에 난항… 오는 9월 통합 여부 `판가름`
신반포3ㆍ23차ㆍ반포경남, 통합 `재시동`… 오는 9월 완료 목표
반면 단지 간 이견 탓에 통합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도 있다. 신반포1차와 15차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두 단지는 사업 속도 차이와 통합 후 이점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신반포1차는 오는 8월 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고, 신반포15차는 사업시행인가 신청 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신반포1차 재건축 조합의 한형기 조합장은 지난 23일 "신반포15차 조합장의 반대로 인해 통합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한 조합장에 따르면 신반포15차(670여 가구)가 1차(1612가구)와 통합한다면 2300여 가구의 대단지 프리미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신반포1차는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여러 수혜를 받을 수 있는데, 단지 규모가 작아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받지 못하는 신반포15차가 1차와 합친다면 적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신반포1차 측 보고서에 따르면 신반포15차가 통합을 추진해 특별건축구역을 적용 받게 되면 가구당 ▲상가 분양 1억5700만원 ▲부대복리시설 신설 1700만원 ▲지하 주차장 1개 층 감소 3100만원 ▲일반분양분 증가 2700만원 등 총 9억62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조합장은 "신반포15차 조합원들은 대부분 1차와 통합해 지역 내 랜드마크 아파트로의 탈바꿈을 외치고 있다"며 "하지만 단독 재건축을 원하는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뜻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반포15차는 통합을 추구하는 조합원들이 이미 과반수(180명 중 100여 명)를 넘어섰다. 조합장과 소통이 되지 않자 몇몇 조합원들은 관할 기관에 총회 개최 요구를 한 상태로 알려졌다. 다음 달 말까지 조합장이 `단독`이냐 `통합`이냐를 결정하는 총회를 소집하지 않는다면 발의자 대표가 대신 총회를 개최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9일 조합장 해임 총회를 개최한 데 대해 현재 `총회 무효 확인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 조합장은 "아마 9월 이전에 소송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결과에 따라 조합장 해임이 판결 날 것이며, `통합` 여부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듯 대규모일수록 더욱 소통하며 한마음 한뜻을 모아야 하지만 단지별 이해관계가 충돌하게 되면 무산되거나 잠정 중단되고 만다.
지난달 신반포3ㆍ23차ㆍ반포경남아파트(이하 반포경남) 통합 재건축사업은 `맏형` 격인 신반포3차가 `단독` 재건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통합 재건축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최근 신반포 3형제가 마음을 다잡고 `통합`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 조합 관계자에 의하면 신반포23차-반포경남 재건축사업은 서로 간 합의 절차가 마무리됐다. 지난 22일에는 신반포23차와 반포경남이 통합을 위한 동의서 징구를 시작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2일 우편물이, 그 다음 날에는 책자가 발송됐다. 사전 예고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벌써 동의서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반포3차는 오는 30일 다시 대의원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며 "통합이 이뤄질 경우 신반포3차는 다음 달 1일부터 동의서 징구를 시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신반포 3ㆍ23차ㆍ반포경남은 오는 8월 15일까지 동의서 징구를 완료하고 9월 초 전체 통합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 총회가 잘 마무리되면 그달 말까지는 서초구로부터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아 신반포 3형제의 `통합`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지번은 같아서…
개포주공6ㆍ7단지, 신천미성ㆍ크로바도 통합으로 `가닥`
한편 단지의 이름은 다르지만 지번이 같은 두 개 단지가 나란히 `통합 재건축`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6단지와 주공7단지(개포동 185)는 지번이 같아 통합 재건축 추진에 유리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송파구 신천동 미성아파트와 크로바아파트(신천동 17-6)는 이달 안에 통합 재건축 진행 여부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지난 23일 확인됐다.
개포주공6ㆍ7단지는 올해 하반기에 정비구역 지정 승인을 마칠 예정이다. 현재 통합 동의서(지난 20일 기준) 1383부(동의율 70.6%)를 징구했으며, 두 단지의 통합이 결정될 경우 1960가구의 대단지가 탄생할 전망이다. 두 단지는 2017년 하반기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이후 이주 및 철거(2018년 하반기) 단계를 거쳐 2021년 상반기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개포주공6ㆍ7단지는 개포주공5단지도 통합하려 했지만 주공5단지가 `단독`으로 결심하면서 두 단지만 통합키로 했다"며 "주공5단지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단지가 떨어져 있고 6ㆍ7단지는 서로 지번도 같기 때문에 여러 불편 사항과 서로에 대한 이점 등을 고려했을 때 탁월한 선택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개포주공6ㆍ7단지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은 조만간 `주공5단지의 단독 개발 불가피성`에 대한 합의서에 서명해 강남구와 서울시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포주공6ㆍ7단지 재건축 추진 준비위는 카페를 통해 "다음 달 중순 이전에 각 단지 대표단만이라도 만나 협의를 가지자"며 "5단지가 잘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6ㆍ7단지를 위하는 길이다. 이제는 서로 격려해야 할 때"라고 전해 단지 간 갈등이 일각의 우려만큼 심하지 않다는 것을 천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는 다음 달 중순께 정비구역 지정 신청을, 이후 강남구 관련 부처 협의 및 주민 공람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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