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으로 줄 세우면 창의성은 죽는다 - 교육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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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04월17일 17시45분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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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위해 수단·방법 안 가리게 만들어… 혁신을 방해하고 부패와 타락 가져와
"과도한 경쟁이 위대한 생각 막는다"



미덕(美德)은 아닐지라도 불가피한 일 아닐까. 한정된 재화(財貨)를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일 말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경쟁을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없다는 말은 순진한 어리광이거나 물정(物情) 모르는 감상적 주장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경쟁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영국 BBC방송 프로듀서 출신 기업가인 저자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경쟁은 효율과 창조성을 갉아먹고 성취와 혁신을 방해하며 부패와 타락을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우리는 경쟁을 포기하면 마치 자본주의가 멸망하고 소련이라는 실험에서 나타났던 부패와 잔인함으로 돌아가기라도 할 것처럼 두려워한다"면서 "이러한 묘사는 실제 역사와 거리가 멀다. 소련은 모든 사회 각계각층을 상대로 늘 사악한 경쟁을 조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교육·스포츠·과학·의학·기업 등 거의 모든 사회 분야에서 경쟁이 불러온 폐해를 제시한다. 교육은 가장 두드러진 분야다. 유치원 아이들을 세 집단으로 나눠 그림을 그리게 했다. 첫째 집단은 그림을 그리면 보상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둘째 집단은 사전에 얘기하지 않고 그림을 그린 뒤 포상했다. 셋째 집단은 아무런 보상 없이 그림을 그렸다. 2주 후에 아이들에게 다시 그림을 그리게 했을 때 보상을 약속받았던 집단이 가장 낮은 의욕을 보였다. 성적과 점수, 수료증과 트로피 같은 보상이 실제로는 내재적 동기를 갉아먹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성적으로 줄 세우는 교육은 대다수 학생의 학습 의지를 꺾고 부정을 통해서라도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관념을 심어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미국 고교생 59%는 시험을 치를 때 부정행위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대학에 진학할 때쯤이면 학생 95%가 부정행위를 한 경험을 겪는다고 한다. 세계 최고 대학이라는 하버드대에서는 지난해 부정행위로 100명 이상에게 자퇴 권고가 내려졌다. 시험이란 당초 공정한 경쟁을 통해 학생들의 성적을 정당하게 평가한다는 이유로 도입한 제도지만 실제로는 학습 의지와 창의성을 꺾는 결과만을 가져왔다는 얘기다. 스포츠에서도 폐해는 나타난다. 엘리트 선수 198명에게 질문했다. 금메달을 보장해주는 약물이 있는데 5년 후 부작용으로 사망한다. 그래도 먹겠는가? 응답자 52%가 먹겠다고 답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영혼도 팔 수 있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상대를 눌러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상대를 눌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창의성과 혁신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온갖 부패와 모략이 싹트고 결국 개인과 조직은 파멸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토픽이미지


기업에서도 구성원들이 서로 경쟁할 때 창의와 혁신은 오히려 일어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랜 기간 운영했던 직원 평가 등급제를 지난해 폐지했다. 뛰어난 사람이 되겠다는 야심보다는 안전해지려는 욕망만을 불어넣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기술자는 "사람들은 최하등급을 받지 않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요. 우리가 배운 교훈은 동료들에게 정보를 숨겨서 나보다 앞서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저자는 "경쟁은 늘 제도를 악용하려는 동기를 부여한다. 경쟁은 위대한 생각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위대한 아이디어가 나와도 확산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경쟁이 모든 악덕(惡德)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말하는 주장에는 수긍하기 어렵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개인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 협력과 공유의 가치가 더 중요하며 과도한 경쟁은 인간의 창의적 활동을 죽인다는 주장에 서서히 공감하게 된다. 소금은 음식의 맛을 내지만 지나치면 요리를 망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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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동 (edui211@eduinews.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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