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이 심각합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전 세계가 일할 공간이니, 나가서 배우고 일하라'고 가르칩니다. 내년부터 매년 외대 학생 300명을 선발해 전 세계 '지역 전문가'로 키우는 과정을 운영하겠습니다."
김인철(58)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은 지난 13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외대는 전통적인 강점인 외국어와 지역학을 바탕으로 융복합 교육을 실시해서 글로벌 사회에서 일할 인재를 더 많이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10대 총장으로 취임한 김 총장은 한국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델라웨어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감사원 감사위원(2011~2013년)을 역임한 그는 지금까지 국내외 마라톤 전 코스를 11번 완주(完走)한 '달리는 총장님'이기도 하다.
한국외대는 국내외 대학 중 국제화에 가장 앞선 대학 중 하나다. 가르치는 외국어만도 45개에 달한다. 51개국 출신의 외국인 교수가 259명이고, 69개국에서 온 1400명의 해외 학생이 외대 캠퍼스에서 공부한다. 하지만 김 총장은 "외국인 학생 수만 늘리는 국제화, 특히 특정 국가 학생(중국 학생)만 늘어나는 캠퍼스 국제화는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제 학생들이 전 세계로 나가 경험을 쌓고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게 도와주는 대학 국제화를 추진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이르면 내년부터 학생 300명을 뽑아 해외로 보내는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김 총장은 "27개 언어를 전공하는 2학년 학생 1000명 중 300명(33%)을 선발해 30개국의 해외 지역 전문가로 키우는 과정(전략지역 언어스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선발된 학생들은 3학년 2학기부터 1년간 현지 어학연수와 현지 기업 인턴을 한 뒤 귀국해서 졸업하고, 다시 해당 국가로 나가 취업하도록 권장할 방침이다. 1년간 해외 체류 비용은 정부와 학교가 전액 부담한다. 단 '지역 전문가 과정' 대상 국가로는 한국 학생들이 이미 많이 있는 영어권과 유럽 국가, 일본, 중국 등은 제외한다. 아랍어, 터키어, 이란어, 스와힐리어, 카자흐어, 우즈베크어, 우크라이나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힌디어, 슬로바키아어, 불가리아어 등을 사용하는 30개 국가가 해당된다.
김 총장은 "지난 2007년 탈레반이 한국인을 인질로 붙잡았을 때 탈레반과 협상한 사람이 외대 이란어과 출신"이라며 "외대의 장점인 외국어와 지역학을 활용하면 외교 안보나 군사, 분쟁, 자원 개발 등에 필요한 인재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와 함께 친한파(親韓派)를 키우는 국제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외대는 지난해부터 주한 미국·중국 대사관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유학생을 교육시키고 있다. 김 총장은 "주한 외국 대사관과 영사관 110곳에 '각국의 우수 고교생을 2~3명씩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며 "우수한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 문화와 역사 등을 가르쳐 '한국의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앞으로 매년 200여명씩 뽑아, 1~4학년에 걸쳐 800여명의 외국 학생을 '친한파'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외대는 6·25 참전 21개국 학생을 유학생으로 받아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지난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아랍지역 유학생을 받아 가르치는 장학프로그램도 시작한다. "글로벌 사회에서 친한파를 늘려나가자는 취지"라고 김 총장은 말했다.
대학생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한국외대는 학생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학과 구조조정'도 추진 중이다. 김 총장은 "외국어 중심 대학이라는 고유 가치를 지키면서도 오직 외대만이 할 수 있는 '학과 짝짓기'로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가령 최근 설립된 융복합 학부인 'LT(언어통상)학부'와 'LD(언어외교)학부'는 각각 외국어에 통상과 외교 분야를 접목해 각 분야 전문가를 키우는 학과다. 김 총장은 "학문도 시장 수요에 조응해 자기 변신을 해나가야 한다"면서 "영어과와 경영대가 만나 '미국 경영학과'를 만들고, 프랑스어과와 IT학과를 접목시켜 '프랑스IT학과'를 만드는 식의 융복합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