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시 전형을 노리는 학생은 내신에만 몰두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최상위권 대학일수록 내신과 함께 높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한다. 결국 고교 내신에 수능 성적이 고루 뒷받침돼야 수시 합격률을 높일 수 있다. 성균인재(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성균관대 의예과에 수석 입학한 윤재선(성균관대 의예과 1년)군이 좋은 예다. 그는 자율형사립고인 서울 휘문고에서 고교 평균 내신 1.24등급을 기록하고, 높은 수능 최저학력기준(국어 A, 수학 B, 영어, 과학탐구〈2개 과목 평균〉 중 3개 1등급)도 통과했다.
◇내신·수능에 집중하는 기간은 따로 있다
"우수한 내신 성적을 갖추면 학생부위주(교과·종합) 전형에 지원해 대입 합격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수능만으로 정시 지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열쇠를 가진 셈이죠. 저는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모든 과목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윤군은 내신 성적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 시험 기간 4주 전부터 내신 공부에 집중했다. 내신과 수능을 항상 같은 비중으로 공부하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평소에는 쉬는 시간이나 저녁 전까지만 내신 복습을 하면서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는 수능 공부에 집중했다.
그는 내신 시험에 돌입하기 전 대략적인 계획을 짰다. △개념 정리, 이와 관련된 예제 풀이 △심화 문제 풀이 △개념 복습 △기출 문제 풀이 순이었다. 특별한 점은 시험 직전에 푸는 '기출 문제 풀이'다. 윤군은 실제 시험처럼 시간을 정해 두고 문제를 풀면서 검토까지 거친다. 그는 "연습할 땐 귀찮아서 검토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전처럼 문제를 풀자 취약한 부분을 파악하고, 검토하는 습관을 들여 실제 시험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군은 구체적인 하루 목표를 매일 아침 새롭게 세웠다. 전날 상황을 고려해 어떤 과목의 개념 공부를 어디까지 할지, 문제집 몇 페이지까지 풀지 세부 목표를 정했다. 윤군은 계획 세우기의 효과로 과목별 공부량을 균형 있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계획이 없었을 때 매번 싫어하는 과목을 적게 공부했던 경험에서 배운 것이다. 그날 목표를 정해둔 덕에 영어 과목이 지루해 수학 공부로 넘어가도 이를 끝내고 다시 영어 공부로 돌아오는 효과가 있었다.
◇내신과 수능은 '따로 또 같이'
윤군이 내신·수능 공부하는 기간을 구분했지만, 내신 공부가 수능에 도움되는 경우도 많았다. 고교 내신 시험이 주로 수능 유형의 변형, 심화 형태로 출제됐기 때문이다. 윤군은 개념 정리 단계에서부터 의도적으로 수능형 문제를 대비하며 공부했다. 그는 "수능 국어 과목에서 고난도 문제는 지문과 보기를 해석하는 유형으로 출제된다"며 "따라서 내신 시험 범위에 포함된 지문을 우선 해석하고, 이 지문이 수능에 출제된다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생각해 봤다"고 말했다. 덕분에 내신 시험 기간에도 수능에 대한 감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탐구 과목도 마찬가지였다. 교과서에서 나오는 개념을 비교하거나 스스로 심화 학습했다. "생명과학에서 '개체변이'와 '돌연변이'라는 개념을 배웠을 때 이를 단순 암기하지 않고 표를 그려가며 서로 비교했습니다. 수능에서 이런 유형이 자주 출제되기 때문이죠. 내신을 공부하며 수능 고난도 기출이나 과학고생이 푸는 하이탑(동아출판) 교재도 참고했어요. 한 개념에 대한 설명을 다양하게 공부하면서 자료 해석 연습을 한 거죠."
내신 심화 학습은 자연스럽게 비교과 활동으로 이어졌다. 윤군은 교내 경시대회 등 학교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 집중했다. 진로진학담당교사가 '제일 좋은 스펙은 교내 활동'이라고 조언해 줬기 때문이다. 윤군은 1학년 때부터 교내 화학 경시대회에서 은상을 받으며 △수학 △수리 논술 △인문 논술 △물리 △생명과학 등 과목을 가리지 않고 3학년 때까지 8차례 이상 수상했다. 그 비결은 교과 심화학습에 있었다. "수학·과학 과목에서 심화 내용을 공부하면 이전 단계에서 단순히 외워야 했던 것을 이해할 수 있어요. 개념 이해를 완벽히 하기 위해 고등학생 때도 대학 교재를 찾아 공부했죠. 특별히 학원에 다니며 경시대회를 준비하지 않고도 다방면에서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개념을 단순히 외우는 게 싫다면 고난도 교재를 찾아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