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 사건이 일어난 인천 연수구 한 아파트 내 킨젤스 어린이집은 지난해 6월 어린이집 평가에서 95.36점(100점 만점)을 받았다. 이 어린이집 앞에는 복지부에서 받은 평가 인증 현판이 버젓이 걸려 있다. 이곳에 아이를 맡겼던 한 학부모는 "충격적인 아동 학대가 이뤄지는 곳에서 어떻게 그렇게 좋은 점수를 받았는지 의문"이라며 "정부의 어린이집 관리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질 관리' 안 되는 어린이집
맞벌이 가정 증가로 수요가 늘면서 어린이집 수는 1993년 5490곳에서 2015년에 4만3752곳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영·유아 140만9000명이 어린이집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정부 지원도 늘어 지난해 어린이집에 들어간 정부 보육 예산은 6조원에 이른다.
이렇게 큰 예산이 들어가는데도 정부가 지난 수십년간 어린이집에 대한 '질 관리'를 사실상 방치한 것이 해마다 어린이집 아동 학대를 증가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리나라 어린이집 가운데 국·공립은 10%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민간 시설이다. 민간 시설일수록 정부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데도 이를 소홀히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 아동 학대는 시설 하나를 폐쇄하거나 학대 교사를 처벌한다고 해서 근절되지 않는다"며 "오랫동안 방치됐던 어린이집의 구조적인 문제를 잘 들여다봐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어린이집은 설립하는 것이 까다롭지 않아 '생계형 업자'들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유치원은 자기 건물이 있어야 설립할 수 있지만 어린이집은 임대 건물도 가능하고 심지어 융자로 건물을 임차해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설립자가 이윤을 남기기 위해 환경 개선과 안전 등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한 사람이 여러 개 어린이집을 동시에 설치하고, 권리금을 받고 운영권을 되파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질 높은 교사 뽑기도 어려워
어린이집이 질 높은 교사들을 뽑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씩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데 월급은 150만~160만원 수준이다. 서울 은평구의 민간 어린이집 원장 이모씨는 "하루 종일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아이들과 씨름하는 등 노동 강도는 높은데 월급이 적어 항상 인력난에 시달린다"며 "인성을 보고 뽑는 것은 불가능하고 막 자격증을 딴 사람도 실습 기간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교사 자격 기준도 유치원보다 낮다.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갖춰야 하지만, 보육 교사는 고등학교 학력만 있으면 6개월~1년 속성으로 교육을 받아 자격증을 딸 수 있다. 보육 교사 자격증 학원강사를 지낸 한모씨는 "20평짜리 학원에 수강생 90명을 가르쳤는데, 대다수가 유아 교육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던 사람들이었다"며 "그런 환경에서 1년간 수업을 들어도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어린이집의 질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자 2013년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6년까지 교사와 재원, 관리 부처까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완전히 통합하는 것이 목표다.
신은수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현재의 통합 계획은 평가 시스템 등 부수적인 것만 건드리고 있다"며 "국공립 어린이집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어린이집 질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