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디언’, ‘개쌍도’, ‘감자도’...
위의 단어들은 각각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의 지역별 감정을 조장하는 단어들이다.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는 보수 성향의 네티즌들이 모여, 전라도 지역이나 이와 관련된 인사를 비꼬거나 욕하는 내용이 상당히 많다. 또는 진보 성향의 네티즌이 모인 것으로 알려진 오늘의 유머(오유) 등에서도 경상도 지역을 비하하는 게시글이 꽤 존재한다.
지난 2월 수도권 지방법원에 근무 중이던 경북 출신의 이모 부장판사는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드러내는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댓글을 오랫동안 써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여전히 일부 온라인 사이트와 모바일 사에서는 난무하는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말들은 아직 정체성이 확고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도 무분별하게 노출되며, 안면일식조차 없는 상대에게 거침없이 내뱉는 위와 같은 단어들이 그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 일각에서는 지역감정을 유발하거나 부추기는 댓글 혹은 발언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중앙선관위 고위 관계자는 22일 “지역 구도를 조장하는 발언은 정치권•시민사회, 온•오프라인 공간을 막론하고 우리나라 정치문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면서 “‘전라도 홍어, 영남당’ 같은 특정 단어 또는 악의적인 지역감정이 포함된 댓글, 공개 발언에 대해 연령에 관계없이 최대 2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조만간 관련법 개정안을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앙선관위의 안은 인터넷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온라인 공간은 물론 공개 토론회, 선거 연설, TV·라디오 방송 등에서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할 때는 미성년자인 청소년들까지 과태료를 내게 하는 방안이다. 면책특권이 부여되는 국회의원 역시 국회 바깥에서 한 일정 수위 이상의 공개 발언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상 책임을 묻게 될 전망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지역감정 조장 발언에 대해 미약한 처벌을 내려 실효성이 떨어지는 실정이었다. 예를 들어,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비방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했을 때만 7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공개석상의 지역감정 발언, 댓글과 관련해선 민·형사상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할 수 있지만 실제 처벌 수준은 미약한 상황이다. 현직 의원의 경우 국회 윤리특위 징계라는 제재 장치가 있긴 하지만 매번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제도 안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으로 주어진 국민의 권리인데, 이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선관위에서 이러한 감시업무를 시행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또 감당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