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학부모들과 학부모 단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자발적 시민모임 '하늘소풍'은 4일 성명을 내고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영유아에 대한 보호와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다수 국회의원의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늘소풍은 "특히 CCTV가 아동학대의 근본해결책이 아니라거나 아동보육 현장을 교사의 사생활 공간으로 인식한 것은 아동 인권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며 "관련 단체들과 연대해 법안 통과를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딸 둘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권모(34·여)씨는 "CCTV 설치가 의무화되면 스마트폰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돼 걱정을 덜 줄 알았다"면서 "주위 학부모들도 요구해왔던 상황인데 왜 부결됐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소규모 가정형 어린이집에 2살 딸을 보내려 했던 김모(30·여)씨는 "CCTV가 설치되면 당장 교사 입장에서는 불편하겠지만 아이들의 모습을 정확히 보여줄 수 있어 궁극적으로는 교사·아이·부모 모두에게 좋은 제도"라면서 "가정형 어린이집에는 CCTV가 거의 없어 앞으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2살 딸을 어린이집에 보낸 직장인 박모(33)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도 드러났듯 CCTV는 아동학대 예방에는 별다른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국회가 비판 끝에 만들어 놓은 법안을 부결시킨 것은 어린이집 원장들의 압력에 밀린 한심한 작태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학부모들의 격앙된 반응과는 다르게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배창경 한국보육교직원총연합회 대표는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법안은 교사에 대한 인권·교권 침해 여지가 많았다"며 "CCTV가 의무화되면 학부모와 보육교사 간의 갈등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집 원장은 "최근 문제가 된 사건들은 이미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에서 일어났다"면서 "이는 CCTV 의무화 법안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뜻"이라며 법안 부결을 반겼다.
앞서 국회는 전날 본회의를 열어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재석 171명 가운데 찬성 83명, 반대 42명, 기권 46명으로, 의결 정족수인 출석의원 과반수(86명)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한편,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개정안이 부결된 것과 관련해 새누리당 아동학대근절특위 간사인 신의진 의원은 책임을 지고 간사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오늘 국회에서 그동안 특위 간사로서 논란되는 부분에 대해 의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결국 개정안 부결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맞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의원은 CCTV 설치는 아동학대 근절 대책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물리적 안전 장치는 가능할 것이라며 개정안 통과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코리아프레스]